한 때 나는 내 자신 스스로를 모든 걸 깨달은 사람처럼 여기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미미한 지식으로 인생은 그냥 에너지 소비의 일환이고 인간은 그냥 번식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그런 프로그래밍 적인 세계로 규정했다. 대부분 정신이 성장하는 과정의 어떤 감수성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들이 흔히들 겪는 과도기적인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의 나는 그래서 무엇을 낳았는가?
10년쯤 지나서야 나는 그때의 나에게 반박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까. 인생은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려나. 솔직히 아직까지 확신은 없다. 아니 그 누구도, 설령 수백년 씩 살아온 인간이라도 그런 확신은 가질수 없을테다. 그런데도 어딘가에서 그런 나 자신을 반박하는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의 내가 직접 세웠던 나를 규정하고 주변으로부터 격리시키고 가로막던 벽이 조금씩 부숴져서 풍화되어 가고 있는 것을 조금씩 느낀다.
어쩌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말들이 매우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가장 중요하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가장 코어에 근접한, 인생의 근본에 관한 핵심을 역설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공감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뇌 어딘가에 잘 기억해두고 언젠가 다시 꺼내서 생각해보길 바란다.
살다보면 자신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때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초라해지고 대단하지 않게 되는 순간 자신을 둘러싼 사회도 보잘 것 없이 퇴색해버리고 마는 그런 것이다. 인간은 모든걸 규정짓는 동물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모든걸 규정짓는 다는 말은 흔히 다른 뜻으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반대로 무언가를 규정짓는 다는 것이 곧 그에게 그 규정이 그 거울세계의 전부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데아밖에 볼 수 없는 사람에게는 그 그림자 이데아가 곧 본질이다. 그렇게 냉소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 인생은 정말로 별거 아닌 소각장 쓰레기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당신이 배운것이 곧 당신이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모든것들은 당신에게 의미가 없고 보잘것없는 지식으로 보잘것없는 세계를 구상하고 사회를 규정짓고 그 틀 안에서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당신의 세계는 별거 아닌 것이다.
정말로 그런가? 정말로 당신은 그렇게 보잘것 없는 존재인가?
지금에 와서 나는 이전의 나를 조금이나마 반성한다고 말했다. 누구보다도 심하게 냉소적이고 사회에 반감만이 가득했던 나에게서 이 성찰의 끝자락에서 나는 진리라는 것을 찾은 것 마냥 조금이나마 기뻐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건 누군가에게서 배운 지식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학교에서 가르쳐주었던 그런 종류의 것들도 아닌, 어느 순간 내 머리를 강타하듯이 찾아온 빛처럼 날아든 무언가였다. 안다는 것, 깨닫는 다는 것은 그 자체에 아무의미도 없는 그 자체로 그림자이며 본질일 수 없음을.
그렇다. 무언가를 깨닫는 다는건 자신을 규정하기 시작한다는것이다. 규정짓는 다는 것은 본질과 점점 멀어지는 개념이다. 인간은 자신이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다. 그리하여 자신이 인지할 수 없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것처럼 인지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개조한다. 이것이 의식의 강 저변에서 발에 물을 적셔보고는 강 전체를 가늠하듯 자신을 속이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핵심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안다는 사실이 곧 핵심에 조금씩이라도 직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질문이 당연한 것처럼 날아든다. 지금까지 세계는 무너지고 뇌내에서 무정부상태의 사회처럼 혼돈이 찾아온다. 조금씩 진정하면서 생각해보자.
조금 극단적인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 연인관계는 어떤것일까? 냉소적인 사람에게서 이런 답을 들어보자면 사랑은 인류가 번식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래밍 된 감정이고, 연애는 자신의 후손을 번식시킬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배우자를 찾기 위한 관습이며 일부일처제는 자식을 식별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고 대답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냉소적일 때의 대답은 아마 대부분 이랬으니 이런식으로 전개해보았다.
솔직히 반박하기 어려울 지도 모르겠다. 냉소의 무기는 지식이고 지식의 기반은 현실에 있다. 이런 것들을 무턱대고 아니라고 말하기엔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적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 동떨어진 이상한 논리가 되어버리고 만다.
어떤 무기를 가져와도 나는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정말 저것 뿐인가? 사랑이라는 감정은 저런 프로세스에 의해 무가치적으로 이루어지는 로봇의 의사결정과정처럼 사랑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지는 프로세스에 불과할까? 라는 대답에 나는 단호하게 no라고 말한다.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냐면,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무자비하게 말하자면 저렇게 말하는 내용은 정말로 현실에서 뒤쳐져 있는 그림자이론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과정에서 저런 프로세스는 의미가 있을지 언정 그 사랑을 전부 규정할 수는 없다. 우리의 유전자조차 우리의 감정을 정확하게 컨트롤하거나 우리의 뇌도 그런 과정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감정은 누구도 알수 없도록, 알고리즘처럼 정확하게 흘러가도록 만들어져 있지 않은 것이다. 감정자체가 일종의 카오스다. 현실의 이론은 어떤 경향성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한두문장, 아니 수백편의 논문을 가져와서 이론을 만들어도 그 예외는 너무 많다. 다시 말하지만 경향성만이 존재하고 그 전체를 규정지을 수 없다.
인간은 감정과 이성에 의해 컨트롤 된다고 생각하고 또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이성이 감성에 종속되기도 하고 그 역도 가능하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감정은 카오스다. 이성은 블랙홀과도 같은 감정을 도는 우주선같은 역할이다. 가끔을 빨려들어가기도 하고 가끔은 감정의 주변을 맴도는 그런 존재가 된다. 인간이 그런 카오스같은 감정에 따라 불규칙적이고 부정확한 의사결정을 한다면, 그런 인간이 모인 사회는 더욱더 불규칙하고 무작위적이다. 사회학자들은 언제나 비 이성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간사회에 대해 불신감을 가지게 만드는 이론뿐이다. 그들이 제시하는건 '음.. 어쩌면 이렇게 될지도 몰라?' 같은 경향성 짙은 말들인 데다가 안타깝게도 그 예측마저 대부분 틀리기 마련이다.
카오틱한 인간에 대해 규정짓는 것은 금물이다. 사람은 어쩌면 이 우주에 가장 비효율적인 동물이다. 예측은 하되 ㅡ어차피 대부분 빗나가지만ㅡ 확신은 해선 안된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이런 앎들이다. 중력과 가속도같은 것들보다 수십억배 가치가 있는 생각들이 바로 어른이 된 내 자산이다. 어린아이였던 나였을 때부터 조금씩 반박되어져 만들어진 내 새로운 의식의 그물망에 걸려든 조금이라도 가치있는 물건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이런것들은 어디서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누구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아니, 말하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 사람들에게 듣는 말로는 결코 건질 수 없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절대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그건 내가 말솜씨가 좋지 않은 이유도 있겠지만.)
학교에서도 절대 얻을 수 없는 그런 것들인 것이다.
언젠가 스스로 그물망을 짜서 의식과 무의식의 중간경계에서 수없이 그물질을 하고 또 지쳐 쓰러졌다가 다시 또 그물질을 하다보면 갑작스럽게 묵직하게 그물에 걸려오는 빛나는 물건처럼 당신에게 날아드는 그런 본질이다. 나는 당신이 이 글에 공감할 수 없으리라고 어느정도는 생각한다. 그래도 언젠가 도움이 된다면 기쁠 따름이다. 나는 얻었으니, 당신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나는 어른이 되면서 어느정도 인간을 긍정하기 시작했나 보다. 더 좋은 깨달음이 예전의 깨달음을 부숴나가면서 어른이 되는걸까.
[17-02-25] 초고 작성
2017-02-25
2017-02-23
[섀도우버스] 시작한지 얼마 안된 섀린이입니다
레전드 카드 보유상황입니다
알베르랑 도로시는 한개씩밖에 없어서 아직 덱으로 구성을 못했네요
골드레어 카드 보유상황입니다
덱은 지금 엘프와 비숍만 용하고 있습니다
비숍은 세라프 덱과 에이라 덱
엘프는 리노OTK 덱과 템포
두개씩 하고 있고요
조금씩 늘려나가고 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더 많이 해보고 조금씩 공략이라도 써보겠습니다
블로그 개설했습니다
2년간 공백을 딛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한 블로그질도 약 10년을 넘겨가네요.
네이버에 어릴때 글썼던게 2004년인가 그랬던 것같은데..
그동안 여기저기 옮겨간 블로그만해도 수십개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방랑벽이라는 게 있나요?
아무튼 그렇게 많이 옮겨다니다 보니,
또 이제 나이도 먹다 보니 어느새 슬슬 지쳐가나 봅니다
이제 슬슬 한군데 뿌리박고 정착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킨이라고 해야하나 디자인은 너무 후딱해버려서 그런지 아직조잡한 감이 없지않습니다
조금씩 가독성과 미적인 부분을 보완해서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아! 이곳에서 글이라도 마음껏 써보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난 후에 남는건 사람과 글밖에 없으니까요
좋은 글이 많이 써졌으면 좋겠군요
겜덕인 만큼 게임관련 잡담도 꽤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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