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동안 제가 사랑했던 거의 유일한 만화, 하야테처럼이 568화로 완결되었습니다. 하야테처럼!은 제가 얼마 되지 않는 용돈으로 구매했던 첫 만화책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의 추천으로 잠깐 보게됬던 만화는 제 인생만화가 되었습니다. 완결 소식을 접하자마자 미루었던 분량을 전부 지금 새벽이 밝도록 밤새 몰아쳤습니다. 마지막 30화는 제가 13년동안 기대했던 것을 한참 뛰어넘은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걸보고 급전개라고 합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걸 꼭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이 결말의 방식이 가장 베스트였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나루토조차 마지막에 울었던 제가 이 만화의 결말에서 울지 않고 끝까지 봤다는 점은 어딘가 이상할지 모릅니다. 울고 잊고 털어내 버리고 감정을 어딘가 색바래듯이 잊어버리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만화의 결말은 이제 제 마음 어딘가에 바늘처럼 박혀서, 아마 몇십년이고 그 바늘이 빠지지 않고 그 감정 그대로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처음 토라도라의 애니를 다 봤을 때의 어렸던 감정이 조금이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3년의 연재동안 히로인이 너무나 많아지면서, 사실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모든 연애 노선을 어떻게도 뒷감당 할 수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하타 켄지로 선생님은 이렇게 많은 만화에서 그 많은 히로인들의 역할을 빠뜨리지 않은 결말을 냈습니다. 제일 특징도 없고 인기도 없던 니시자와 조차 마지막을 장식할 정도니. 모든 히로인을 문어다리 걸치듯 사랑하던 독자(저)의 입장에서는 흐뭇할 따름입니다.
작품 설정의 모든 떡밥을 다 회수했다고 자랑스럽게는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유카리코의 설정이나, 왕옥, 왕성 떡밥에 많은 부분이 그냥 그런 걸로 치고 넘어가버렸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어딘가 스토리 전개상 필수 불가결한 중요한 떡밥을 놓치는 건 없이 자연스럽게 대부분 결말지었고, 심지어 하야테의 부모까지 마지막에 등장시키면서 끝났다는 점은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중간부터 너무 다른이야기로 화수를 질질 끌면서 연재분량을 잡아먹고 많은 독자들을 떠나게 했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연재방법이었습니다. 짧고 임팩트 있는 스타트로 수많은 팬층을 모았고, 캐릭터송까지 발매될 정도로 절호의 인기를 모았으나, 맨처음 스타트로 너무나 인기를 많이 모았기에, 대수롭지 않은 결말을 낼 수는 없었고, 분량은 많아졌고 인물도 계속 추가되면서, 작가에게는 이 결말을 낼 때까지 시간이 너무나 많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림체도 처음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작품 내에서도 언급을 할 정도니 독자들에게 꽤나 불평을 들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작품은 살아있는 것이니까, 작가가 작품을 그리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는 법이라고 저는 그냥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작품자체의 일관성이 무너지면서 캐릭터 완성도나 작품의 질은 떨어질 수 있지만 작가의 성장이고 자신의 그림체를 완성시켜나가는 모습이라고 위로하면서, 그의 더 완성도 높은 차기작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마지막은 마리아의 이야깁니다. 굳이 말하자면 저는 마리아를 중요 히로인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매력있는 캐릭터라고 계속 생각은 했었지만 너무 완벽한 모습에 어딘가 No.1을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녀는 천재였던 나기가 뛰어넘을 수 없는 진짜 천재 메이드로, 그녀의 가정교사이자 어머니 역할이었습니다. 그랬던 그녀의 마지막이 그런식이라는 점이 뇌리에 잊혀지지 않고, 끝없이 파먹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이건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작품에 있어서는 스토리상 최고의 히로인 결착이었습니다만, OVA에서라도, 짧은 단편에서라도 그녀의 결말 이후 모습을 다시 보지 못한다면, 저는 끝까지 괴로울 것 같습니다. 마리아의 존재, 아니 결말에서의 그녀의 부재 자체가 이 작품이 남기는 후유증으로 남습니다.
스토리에 대한, 작품에대한 정식 리뷰는 추후에 다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그냥 완결난 것에 대한 제 감상이랄까요.
토요일 새벽에 좋은 작품을 보게 된 것을 자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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